일본 기타큐슈 여행…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모지코 레트로’를 걷다
종착역인 모지코역(Mojiko Station)에 열차가 멈추고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낡은 목조 기둥과 예스러운 서체로 적힌 역이름 표지판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차분한 밤공기 속 은은한 백색 빛을 밝히며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는 플랫폼의 등불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온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일본 규슈 최북단의 항구 마을 ‘모지코 레트로(Mojiko Retro)’의 낭만적인 시간 여행은 그렇게 모지코역에서부터 시작된다.



[ 모지코 역의 야경 | 사진 : 최종무 기자 ]
◆ 왜 ‘모지코 레트로’일까?
1889년 개항한 모지코는 연간 600만 명의 승객이 오가던 일본의 3대 무역항 중 하나였으나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쇠락했다.
하지만 1995년 기타큐슈시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정비하여 현대적인 관광 시설과 접목시키는 대대적인 도시 재생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 모지코 항과 모지코 역의 전경 | 사진 : 최종무 기자 ]
레트로(Retro)는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한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어원의 영어 단어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에서 유래됐다. 결국 ‘모지코 레트로’는 단순히 옛날 건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소중히 되돌아보겠다는 뜻이 담겼다.
◆ 유럽의 거리를 걷는 느낌…매력적인 ‘모지코 레트로’
19세기 말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모지코는 당시의 세련된 서양식 건축물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도시다.


[ 모지코역 주,야간의 전경 | 사진 : 최종무 기자 ]
‘모지코 레트로’의 시작점인 모지코역은 역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다. 모지코역은 르네상스식 목조건물로 1914년에 지어졌다. 일본 전역에 수천 개의 기차역이 있지만 역사(驛舍) 건물 자체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모지코역과 도쿄역 두 곳뿐이라고 한다.


[ 아인슈타인부부가 묶은 구(舊) 모지쓰이클럽 | 사진 : 최종무 기자 ]
모지코역 바로 맞은편에는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있는데 ‘구(舊) 모지미쓰이클럽’이다. 이곳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 부부가 일주일간 머물렀던 곳으로 현재 2층은 ‘아인슈타인 메모리얼 룸’으로 운영 중이다.


[ 구(舊) 모지세관(사진 좌측), 구(舊) 오사카상선 (사진 우측) | 사진 : 최종무 기자 ]
또한 1912년에 지어진 구(舊) 모지세관과 구(舊) 오사카상선 건물은 각각 붉은색과 주황색의 외벽이 인상적인데 고풍스러운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거 모지항과 국제 항로로 묶여있던 중국 다롄시와의 우호 조약 1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다롄우호기념관은 하얀 석조와 붉은 벽돌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영원한 사랑의 약속…’블루윙 모지’
모지코 레트로에서 여행자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것은 ‘블루윙 모지(Blue Wing Moji)’다. 보행자 전용 도개교인 이곳은 하루에 총 6번(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 푸른색 다리가 하늘을 향해 열리는 이색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 블루윙 모지(Blue Wing Moji) | 사진 : 최종무 기자 ]
단, 점심시간인 12시 정각에는 다리가 열리지 않으므로 일정을 짤 때 주의해야 한다.
‘블루윙 모지’는 연인들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다리가 열렸다가 다시 합쳐지는 순간 연인이 손을 잡고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 블루윙 모지(Blue Wing Moji) 작동 못습 | 촬영 : 최종무 기자 ]
◆ 낭만의 정점…낮보다 아름다운 모지코 레트로의 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낮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에 인적이 끊기면서 한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모지코 레트로의 매혹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 모지코 레트로의 야경 | 사진 : 최종무 기자 ]
밤이 찾아오고 은은한 조명이 일제히 켜지면 모지코 레트로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밤바다 위에 조명이 길게 늘어지며 물결을 따라 일렁이는 모습은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깊은 평화로움을 준다.
◆ 모지코의 명물 야키카레&바나나 음료 맛보기
모지코에 왔으면 원조 ‘야키카레(Baked Curry)’는 무조건 맛봐야 한다.
모지코에서 시작된 야키카레는 뚝배기에 담긴 밥과 카레 위에 계란과 치즈를 듬뿍 넣어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내는데 그 맛과 풍미가 일품이다. 모지코에 수많은 전문점이 있으며, 유명한 곳은 카레가 빨리 소진되기도 하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 모지코에서 맛보는 원조 “야키카레(Baked Curry)” | 사진 : 최종무 기자 ]
모지코의 야키카레 전문점들은 대부분 매운맛 단계를 취향에 맞게 선택하거나, 테이블에 비치된 특제 스파이스 가루를 통해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 매콤한 감칠맛을 원하는 한국인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일본 바나나 첫 수입항’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모지코에서는 짙은 바나나 향이 입맛을 사로잡는 바나나 맥주와 바나나 사이다 등 특색 있는 바나나 음료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한국에서 모지코 가는 법]
한국에서 모지코에 가는 방법은 인천공항에서 기타큐슈공항이나 후쿠오카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 기타큐슈 공항 이용 시
공항 1번 승강장에서 고쿠라역행 리무진버스에 탑승(약 40분 소요)→고쿠라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Kagoshima Line) ‘모지코행’ 열차로 환승(약 15분 소요)
● 후쿠오카 공항 이용 시
후쿠오카 공항을 이용할 경우 예산과 일정에 따라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지하철로 5분 거리인 ‘하카타역’이 출발점이며, 신칸센과 특급열차는 모지코역에 직행하지 않으므로 고쿠라역 환승이 필수다.
-신칸센 (편도 약 2,160엔): 하카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고쿠라역으로 이동(약 15분 소요)→고쿠라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Kagoshima Line) ‘모지코행’ 열차로 환승(약 15분 소요)
-특급열차 (편도 약 1,910엔): 하카타역에서 특급열차(JR 소닉)를 타고 고쿠라역으로 이동(약 40~50분 소요)→고쿠라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Kagoshima Line) ‘모지코행’ 열차로 환승(약 15분 소요)
일반열차 (편도 약 1,310엔): 일부 직통 시간대 이용 시 환승 없이 하카타역에서 모지코역까지 한 번에 이동 가능 (약 1시간 30분 소요)
최종무 기자
ykjmf@allthatmotor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