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작가 “천천히 단단해지는 것들” 개인전 펼쳐…
2026.03.30. | 윤선재 기자

패브릭 아티스트 정다운 작가의 <천천히 단단해지는 것들> 개인전이 2026년 3월 19일부터 4월 18일까지 갤러리조은에서 개최된다.
정다운 작가는 패브릭을 소재로 패브릭 드로잉이라는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오고 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천과 색상을 통해 캔버스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틀과 작품 크기, 공간의 제약없이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서도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 중에는 빌딩의 로비를 가득 채우며 그 공간을 감싸는 대형 전시작품들이 많다.

천으로 붓과 물감을 대신하여 선을 그은듯 늘어놓은 천들과 그것들이 겹겹이 쌓이는 층마다 다양한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빛이 투과되는 한국 전통천의 특성을 살려 시간에 따라 변주하는 생명성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김과 조임 그 짜임 사이로 작가가 직접 손으로 빚은 반복적이지만 서로 다른 그 이음들은 정다운 작가의 내면에서 표출하고자 하는 무언의 힘과 무게를 나타내어 준다.
이번 정다운 작가의 <천천히 단단해지는 것들>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수많은 대형전시와 작품 작업들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에 완성도를 더 높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다운 작가는 이번 전시가 완성을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라 반복을 통한 태도의 결과이며 그동안 시간이 축적된 결과에 가깝다고 겸손하게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 <천천히 단단해지는 것들>은 전시제목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품에 삶을 투영해 온 묵묵한 태도와 자신의 삶을 향한 작가 스스로의 명확하고 확고한 의지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정다운 작가의 패브릭 드로잉(Fabric Drawing)을 이야기 하면서 그 소재인 패브릭에 대한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패브릭이라는 소재가 작가의 어떤 의도로 선택되었든, 그것은 보는 이에게 이질감 없이 관객의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류가 오랜 세월 의복을 입고 스스로를 보호해 온 것처럼, 이 원초적인 근본 소재가 주는 심리적, 시각적 편안함은 단지 눈을 넘어 우리 인류의 DNA가 자연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깊은 감각과 본능을 다루고 있기에 더 특별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의 창작 과정은 그 자체로 치열한 하나의 서사가 된다.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패브릭을 배열하기 위해 천을 찢고 나누며, 온몸의 하중을 실어 팽팽하게 잡아당겨 매듭짓는 고단한 노동이 수반된다. 그 거칠고 묵직한 행위를 지켜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통을 인내하고, 때로는 찢기고 다시 엮이면서 마침내 자신만의 굳건한 형태와 인생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네 숭고한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말하지 않고 있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작가만의 고뇌와 서사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그만큼 작가의 숭고함을 그대로 간직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색상과 이질적인 조각들이 엮이고 맺혀 비로소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탄생한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조화를 넘어, 인간관계와 인류애적 관점을 관통한다. 작가는 찢기고 당겨지는 그 모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생김과 모양, 색상, 성질 등 인류의 모든 것들의 다름이 모여 세상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위대한 통합의 과정을 작품 하나하나에 아로새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다운 작가는 패브릭을 통해 색과 질감,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는 시각적 유희의 차원을 훌쩍 넘어선다. 스스로 명확히 의식했든 그렇지 않든, 작가는 창작이라는 치열한 수행을 통해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인류애와 통합’이라는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를 우리의 DNA가 기억하고 있는 패브릭(섬유)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빛과 함께 어우러진 작품을 우리 앞에 경이롭게 펼쳐내고 있다.
[ 정다운 작가 “천천히 단단해지는 것들” 전시 작품들. 갤러리조은 | 촬영/편집 : 윤선재 기자 ]
윤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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