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 분열의 시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2025.01.11. | 윤선재 기자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미국이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내전에 돌입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파시스트 성향의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며 독재 정치를 펼치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군(Western Forces)이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하고, 이에 반발한 연방 정부와 서부군 간의 충돌로 미국은 다시 한 번 내전에 휘말리게 된다.
이 혼란 속에서 종군기자인 리(커스틴 던스트 분)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 D.C.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전쟁의 현실을 기록하려는 기자들의 여정을 통해 분열된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시대의 초강대국으로 국방 예산만 1천조(2024년, 한화 기준 약1,150조)에 달하는 막강한 군사 강대국이자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은 영원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미국이 약해지거나 분열되는 이유로 외부적 요소가 아닌 내부적 갈등과 충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영화 “시빌 워”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어떤 상황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는지 여러가지 상황을 기자의 시각에서 영화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시빌 워(Civil War)”는 미국내에서의 공식적인 내전인 남북전쟁(The American Civil War/Civil War)을 내부 갈등과 분열을 상징적으로 연상시키며 미국인들에게는 위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며 타국가의 시민들에게도 그런 위기가 그 국가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미와 메시지를 통하여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관객들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영화이다.
일반적인 영화들이 어떤 사건을 통해 내용이 전개되거나 현재 벌어지는 일들의 원인들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어 주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영화에 몰입할 수록 더 궁금해지는 분열과 내란의 원인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원인을 한 두개로 특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어떤 내용이라도 내전이 생길 만큼의 원인을 관객이 대입하면 그 과정과 결과가 같다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구성을 열어 두었다. 감독의 상상력만큼 관객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도록 한 영화적 장치로 보인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그렇다고 전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의 새미와 조엘이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겠냐며 그 예로 “되돌아보면, 대통령님 아직도 FBI를 해산시킨 것이 현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미국 시민들에 대한 공습에 있어 당신의 정책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연방제 국가에서 연방범죄에 대한 수사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FBI가 대통령의 결정 때문에 해산되고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이 내분의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FBI의 해체가 대통령의 권위적인 통치행위를 보여줌과 동시에 부정과 비리와 연관이 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시민에 대한 공격이 어떻게 더 진화되고 있느냐는 질문은 현재 상황이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행위로 비춰지고 대통령이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그의 행위가 국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워싱턴 D.C.로 접근하는 언론인들을 다 죽이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그리고 청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미국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리 스미스”와 “제시”는 경험하는 내전의 현장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흑백사진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보여준다. 방금 영상으로 본 장면이지만 흑백의 스틸 사진은 피사체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관객들의 머리속에 각인된다. 관객들의 고막을 찢기라도 할 것처럼 갑자기 들리는 단발의 총성은 놀람과 공포의 현장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미국 달러는 이미 화폐 가치가 없고 기름도 배급을 받거나 캐나다 달러와 같은 다른 나라의 화폐를 통해 거래가 될 만큼 경제는 망하게 된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누구로부터의 명령이 필요한 것인지? 왜 서로 총을 쏘며 살육을 벌여야 하는지 혼돈이 된 세상이 된다. 리 스미스의 일행이 만난 군인에게 조엘이 묻는다. “저들이 누구인지 아나요? 당신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죠?” 군인 중 한 명이 대답한다. ”우린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아. 저들이 우릴 쏘니 우리도 쏘는 거야!”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인종청소를 하듯 수많은 주검을 매몰하고 있는 한 군인은 리 일행에게 묻는다.
What kind of America are you?
중앙? 남부?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대답을 하게 되는 사람에게는 주저하지 않고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이 대사는 내란으로 인하여 50개의 주가 연방을 이루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미국의 이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고유의 가치를 부정하기에 이른 상황으로 여겨진다.
해당 대사는 영화를 본 미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기며 양극화된 정치적 현실과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체성에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고 평가하는 매체들도 있다.(Politico)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세대간 갈등과 세대교체의 의미도 담고 있다. “리 스미스”와 같은 유명한 기자와 이제 시작하는 아마추어 사진기자 “제시”의 만남과 동행을 통해 겪게 되는 갈등과 가르침, 생과 사는 신구(신舊)세대의 만남과 통합 그리고 다가올 시대의 세대교체로 볼 수 있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Don’t look at me
영화 속에서 대통령은 결국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조엘이 곧 죽음을 앞둔 대통령에게 인터뷰에 사용할 공식적인 답변을 묻는다.
“Don’t look at me” 라는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총성이 울리고 제시의 카메라는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말한 “Don’t look at me”라는 말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이 초래한 파국의 결과를 외면하기 위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나를 보지 마” 라고 했을 수 있다.
다른 의미에서 자신이 저지른 폭력과 억압이 부끄러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습이 보여지기 싫어서 한 말일 수 있다. 또 언론인의 질문에 대한 회피형 대답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냉소적 표현이 되기도 하며, 세상을 움직이던 사람이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포자기한 마음에 한 말일 수 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Don’t look at me”라는 한마디가 한 나라를 분열로 이끌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의 변명으로는 헛웃음만 나오는 기가 막힌 대답이 되었다.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미국의 내란 상황을 영화적 상상력을 통하여 미국 내에서 분열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리더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것이라면? 영원할 것 같은 강대국도 한순간에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또 그런 잘못을 한 사람은 어떤 결과에 놓이게 되는지 보여주며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에서는 리 스미스와 그의 동료 기자들이 내란으로 인한 참상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언론인으로서 사진과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려준다. 하지만 총알이 빗발치며 주검들이 늘어선 참혹한 현장과 동료들의 죽음, 자신들이 믿었던 이념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는 저널리즘의 한계와 갈등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런 상황속에서 아마추어 기자 제시가 내란의 끝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며 기록하는 모습을 통해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 시빌워 : 분열의 시대 스틸컷 | 출처: 마인드마크 ]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단순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냥 보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고 허술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려다 보면 이 시대에 보여지는 갈등 들이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벌어지게 되는 분열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그 예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윤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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