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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부자, 그 시작은 원인불명” Seman10cm x Buckchan97 아트토이 전시회

2023.04.22.  |  윤선재 기자

 

현대에는 예술의 장르가 다양해졌다. 과거의 회화와 조각 등 이미 알고 있는 장르 이외에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교통과 통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접하고 경험하는 내용들이 다양하고 그 생각들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각자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새로운 장르가 생겨나게 된다. 이번에는 이런 새로운 장르 중 하나인 “아트 토이(Art-Toy)” 작업을 하는 특별한 두 아티스트 “Seman10cm”와 “BuckChan97” 작가를 만나보았다.

 

[ BuckChan97 작가(좌)와 Seman10cm(우) 작가가 ‘바나덕’, ‘고리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부자(父子) 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두 작가의 관계부터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두 작가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두 작가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이다. 하지만 그 과정과 내용은 많이 다르다.

“Seman10cm” 작가는 1996년 삼성전자 36기 디자이너로 시작, 현재 SSG.COM 최고령 디자인너이다. 상업적인 영역에서 이미 디자이너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화려한 경력에서 보이듯 작가의 내면에서 샘솟는 아이디어들은 어떻게든 표출을 해내야만 한다.

“Seman10cm”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수많은 작품들에 대해 각각의 작품과 그 제작 과정이 작가의 정신과 마음의 휴식처이면서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곳으로 이야기한다. 그만큼 상업적 영역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리프레쉬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로지 자신의 방식으로 작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낼 수 있는 피큐어 등의 작업에 몰입한다고 한다.

 

[ Seman10cm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Seman10cm” 작가는 1세대 Figure artist로 불리지만 본인은 단지 오타쿠 라며 겸손함을 내비춘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캐릭터들 중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 주변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고 그런 캐릭터에 대한 이런 피큐어나 토이 등 자료가 많이 없어 작가 스스로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고 각 캐릭터에 개성을 살리며 알려지지 않은 주변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Seman10cm” 작가는 많은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일단 한가지 하고 나면 그 부분에 대한 흥미를 잃어 다음 대상으로 관심이 빨리 넘어가는 편이라고 한다. 작가 스스로가 작품활동을 도파민 중독이라 표현할 정도로 몰입할 때는 그만큼 즐겁고 집중도가 높다.

반면 “BuckChan97” 작가는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작업을 생각한다. 현실에서의탈출과 안식처인 “Serman10cm”작가의 작품활동과 달리 “BuckChan97”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며 상업적인 영역을 배제할 수 없다. 상업적으로 정상에 올라선 아버지와는 달리 앞으로 작가로서 작품들을 통하여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작업 자체는 생업이다.

“BuckChan97” 작가는 학창시절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 게임회사에서 ‘컨셉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회사의 요구사항들과 자신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다.

작가는 그런 자신을 원석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원석을 다듬을 것인가? 아니면 원석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길로 갈 것인가? “BuckChan97” 작가는 후자를 선택하여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하여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결심하였다.

 

[ BuckChan97 작가의 자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원석을 주제로 한 작품 또한 전시되고 있다. ]

 

아버지 “Serman10cm”작가는 본인에게만 귀를 기울이면 되지만 “BuckChan97”작가에게는 지금의 작업들이 상업적인 어떤 효과도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고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항상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미 상업적 분야에서 베테랑인 아버지의 작품 활동과는 다른 방향에서 작품활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BuckChan97”의 이런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어쨌든 즐겁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진정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부자(父子)가 같은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다른 집 아버지들도 다 만화를 좋아하고 이런 걸 만드시고 친구들이랑 만나면 작품이야기를 하고 그러는 줄 알았다.”

“BuckChan97”작가는 평소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다른 집의 아버지들도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환경은 “BuckChan97”작가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환경이고 축복으로 보인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자신의 자녀와 일에 대해서 또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Serman10cm” 작가는 아들인 “BuckChan97”작가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알게 모르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같은 캐릭터나 현상을 보면서도 아버지 세대가 경험했던 과거 어느 시기의 환경과 내용은 현재 같은 캐릭터를 보고 있는 아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작품의 제작 스킬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고 그 시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왜 좋은 작품이고 혹은 안 좋은 작품은 왜 안 좋았다든가 왜 실패했는가 그런 어떤 영향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어 그것을 가장 많이 배웠다고 한다.

평소 아버지는 이런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히스토리를 정리해 주게 되고 “BuckChan97” 작가는 자신의 생각에 그런 히스토리를 근간으로 하여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과 가르침을 통하여 “BuckChan97”는 작품을 관람하는 자세를 가장 많이 배웠다고 한다.

父子지간이지만 평소 작품활동에 대해 아버지의 강압적인 부분은 없으며 서로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서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여겨진다.

 

  • 이번 전시회의 의미

이번 전시회는 두 작가에게 여러가지 이유에서 의미 있는 기념비적인 전시회이다.

그 중에서 숫자와 관련한 재미난 이유도 있다. 올해 2023년은 Serman10cm 작가가 54살이 되는 해이며 BuckChan97 작가가 27살의 나이로 부자(父子)의 나이 차이가 숫자상으로 딱 두배가 되기도 하며 Serman10cm 작가가 결혼을 하고 BuckChan97 작가를 낳은 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작가가 달려온 작가의 길이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서로 특정 지을 수 없지만 계속해서 각자의 작품세계에서 서로의 조력자로 역할을 하며 여기까지 온 상황을 정리하며 Serman1cm 작가에게는 제2의 인생 그리고 BuckChan97 작가에게는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정립하고 알릴 수 있는 그 시작의 장(場)인 전시회이다.

 

  • 작품 감상포인트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원인불명(原人不明)은 [덩키즈]의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고리다]와 [고리다 주니어] 부자지간 캐릭터로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이다. 덩크만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경기인 [프레이볼]에서, 공을 든 아들(고리다 주니어)을 아빠(고리다)가 집어 던져 득점한다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설정이다. 특히 부자(父子)가 토이 아트라는 분야에서 같이 활동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목적지를 위해 두 작가가 하게 될 역할을 비유해서 보여주는 인상을 준다.

 

[ 전시장의 한 부분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대표 작품인 고리다와 고리다 주니어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

 

각 작품들은 동일한 대상을 본 세대간 시간차에서 오는 다른 느낌이지만 이질감이 아닌 중간의 오묘함을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톰의 코주부 박사를 악역으로 그린 것은 거의 없다. 코주부 박사를 다른 인격체로 재탄생 시키고 거기에 DC 배트맨의 펭귄맨을 믹서해서 악역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다. 아톰을 알지 못하지만 배트맨을 아는 세대가 있을 것이고 아톰을 아는 세대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어 전체적으로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든다.

 

[ 아톰에 등장하는 코주부 박사의 모습에 DC 배트맨에 등장하는 펭귄의 이미지를 투영하여 새로운 성격의 캐릭터를 탄생 시키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 애니메이션 ‘아키라’에 등장하는 바이크와 테츠오의 모습이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

 

뿐만 아니라 전시장을 각 작품의 특징별로 그 구역을 나누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작가들이 여러분야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하여 관객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 앞으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작가로서 작품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다. BuckChan97 작가는 캐릭터를 위하여 서사를 만들거나 캐릭터 중심이 아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써의 캐릭터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BuckChan97 작가는 자신의 시그니처 캐릭터로 “바나덕”을 가장 중요시하고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그 이유로 작가가 보기엔 과일 중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모양을 갖고 있는 과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바나나를 검색했을 때 같은 방식으로 든 사진들이 많지 않다. 누군가는 총처럼 또 누군가는 전화기처럼, 누군가는 섹슈얼한 이미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를 보고 본인의 마음대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해석하는 하나의 장치이고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이 되어 BuckChan97 작가에게도 그런 역할을 다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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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모습을 하고 있는 BuckChan97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 ‘바나덕’ ]

 

BuckChan97 작가는 이런 “바나덕”과 같은 대표적인 캐릭터와 기존에 이미 알려진 캐릭터의 본래의 성격을 넘어 재탄생한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를 통하여 장르의 파괴에서 오는 쾌감도 즐기며 관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시각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소통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트토이(Art-Toy), 단순히 생각하면 장난감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현대적인 표현 방식 중 하나를 그 대상으로 한다면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보며 즐겼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장르라고 여겨지지만 두 작가는 캐릭터의 본래 의미를 넘어 시대와 세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두 작가의 관계가 작가라는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잘 조절하여 조력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진행될 작품 속 많은 이야기들의 전개 과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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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재 기자
allthatmotor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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