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심장이 뛰는 로터스/기아 『엘란』을 만나다.
2024.07.23. | 윤선재 기자

[로터스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 B1에 전시된 로터스/기아 엘란]
로터스, 기아의 『엘란』이 전시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로터스 플래그십 스토어(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225)를 찾았다.
로터스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 1층에는 조용히 숨죽이며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찾아와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아쉬움을 함께할 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화려한 레드과 씨크한 블랙의 옷을 걸친 두 『엘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엘란』은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리나라 시장에 너무 일찍 나와버린 조금은 비운의 차라는 것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영국의 로터스에서 『엘란』의 생산라인과 설계를 인수하여 국내에서 생산하였다. 『엘란』이 출시되던 1996년 당시 아직 2인승 스포츠카, 오픈카(컴버터블)에 대한 필요성이나 당시 중형세단의 거의 2배에 가까운 가격에 대중들은 관심은 가지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니었다. 게다가 1997년 IMF로 인하여 생산 및 판매가 더 이상 유지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로터스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 B1에 전시된 기아 엘란]
당시 『엘란』을 바라보던 시각은 다양했다. 가격적인 면에서 수입차와 같았고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져 일반인들과는 괴리감이 생겼다.
기자 또한 학창시절 지나가는 『엘란』을 보면서 ‘저 돈이면 다른 OOO를 사겠다’는 말을 친구들과 하며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차에 대한 이해나 『엘란』이라는 경량화 스포츠카 그리고 국내에서 『엘란』과 같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던 때라 그런 것 같다.

[로터스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 B1에 전시된 로터스/기아 엘란]
로터스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된 차량을 모두 개인의 소장품으로 두대 다 현재 운행이 가능하며 유지/관리가 잘 되어 있는 차량이었다.
나이가 많은 중장년층이 과거의 향수에 방문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시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장년층 보다는 젊은층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SNS를 보고 더 많이 방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로터스의 오리지날 『엘란』과 기아의 『엘란』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다. 엔진, 미션, 브레이크 등 많은 부분에 있어 국내 실정에 맞춰 조금은 다르게 제작이 되었다. 외형에서도 위의 기아 『엘란』과 아래의 로터스 『엘란』은 후미등과 계기판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가장 큰 부분의 예로 로터스 『엘란』의 경우 엔진이 1.6T 엔진이나 기아 『엘란』의 경우 1.8NA엔진이다. 기아 『엘란』은 당시 크레도스의 엔진을 공유하였다.
1999년까지 총 1,055대가 생산되었으며 아직 약 400대 정도 국내에 등록되어 운행 중이다. 진정한 『엘란』 마니아들이 어렵게 부품을 공유해가며 자신만의 차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년도와 생산물량 대비 유지하고 있는 차량을 본다면 오너들의 『엘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잘 볼 수 있다. 또 『엘란』의 가치가 1996년에 처음 나왔을 때 단지 가격적인 부분 때문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스포츠카에 대한 인식이나 필요성이 지금과 같지 않아 안타깝게 여겨진다. 이제 부품 공급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엘란』을 유지하지 못하고 수리가 힘든 엘란의 경우 부품용으로 처분하는 오너도 있다고 한다.
도로 위에 슈퍼카도 많고 값비싼 럭셔리 세단도 즐비한 가운데 비록 로터스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우리가 직접 생산한 이런 경량 스포츠카가 아직도 만들어 지고 있다면 어떠했을지…
잘 유지/관리되고 있는 『엘란』을 보며 결코 20여년 전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타고 다녀도 전혀 올드카 같은 느낌이 아닌 것은 디자인적 측면에서 당시 너무나 앞서간 모습이라 여겨진다.
이번 로터스, 기아의 『엘란』 전시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나 내부 사정에 따라 변경 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미리 전화로 전시현황을 확인해 보시고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윤선재 기자
allthatmotors@gmail.com
